
불황에도 고가 주류가 판매되는 경우
불황에도 고가 주류가 팔리는 까닭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지출부터 줄인다.
외식 횟수를 조절하고 술자리도 간소하게 바꾼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도 수백만 원짜리 와인이 팔리고 수천만 원을 넘는 위스키가 구매자를 찾는다.
모두가 소비를 줄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고가 주류의 거래가 이어지는 모습은 낯설게 다가온다.
그 배경에는 술을 마시는 방식의 변화와 선물 수요가 있다.
여기에 희귀한 제품을 수집하는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마음까지 겹친다.
적게 마셔도 좋은 술을 고르는 소비
술에 쓰는 돈을 줄인다고 반드시 저렴한 제품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잦은 모임을 줄이는 대신 가끔 즐기는 한 잔에는 지출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병을 마시던 방식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천천히 음미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주류 시장조사기관 IWSR은 서구 시장에서 적게 마시면서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거나 손님을 초대할 때 고급 제품을 선택하는 흐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구매 횟수가 줄어도 한 병을 고르는 기준은 높아질 수 있다.
선물에 담기는 브랜드와 격식
고가 주류에는 선물이라는 용도가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처럼 평소와 다른 의미를 전하는 자리에서는 받는 사람의 취향과 상품의 인지도가 중요해진다.
익숙한 브랜드와 분명한 숙성 연도는 선택을 돕는 기준이 된다.
국내에서도 이런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추석을 앞두고 GS25가 준비한 약 950만 원짜리 와인 세트 7개가 판매 당일 모두 소진됐다.
CU의 108만 원짜리 발렌타인 30년산 한정 물량도 당일 완판됐다.
적은 수량의 판매 사례이지만 고급 선물에 지출하는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한 병의 가치
오랫동안 숙성한 원액은 짧은 시간에 새로 만들 수 없다.
생산량이 적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출시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수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생긴다.
마시는 즐거움에 소유하는 만족감이 더해지는 셈이다.
다만 한정판이라는 이름만으로 구매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IWSR의 최근 분석에서는 실제 희소성과 품질 그리고 생산 이력이 확인되는 상품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몇 병을 만들었는지와 어떤 원액을 사용했는지를 살피며 가격에 걸맞은 근거를 찾고 있다.
술과 함께 즐기는 특별한 경험
위스키나 와인에 관심이 깊어지면 맛을 넘어 생산 과정과 지역의 문화까지 궁금해진다.
증류소를 방문하고 특별 시음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즐거움이 된다.
IWSR은 고가 증류주 소비자가 생산자와 직접 만나고 브랜드의 공간을 경험하는 활동을 중시한다고 설명한다.
병 하나를 구입하는 행위가 취미 생활과 사람 사이의 교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에게는 제품과 연결된 활동도 지출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불황일수록 뚜렷해지는 선택 기준
경제 상황이 모든 사람의 소비에 같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생활비 부담으로 지출을 크게 줄이는 사람이 있는 한편 취미와 선물에 사용할 여력이 남아 있는 고객도 있다.
따라서 전체 소비가 위축돼도 특정 상품의 거래는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고가 주류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IWSR에 따르면 백주를 제외한 세계 고가 증류주 시장의 판매액은 2025년 10% 감소했다. 비싼 제품 역시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더욱 신중하게 한 병을 고른다.
믿을 만한 품질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이 있는지 살핀다.
선물로 전할 의미와 소장하는 즐거움도 따져본다.
불황 속에서도 구매가 이어지는 제품에는 고객이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좋은 술을 알아가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 즐기려는 마음이 그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