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스키 역사 에 대한 이야기.
한국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여정의 초입에 서 있다.
위스키의 유래부터 발전, 그리고 첫 국산 싱글 몰트의 의미까지,
한국 위스키의 역사적 변화를 뉴스 형식으로 깊이 있게 다룬다.
한국의 위스키 역사
개항 이후, ‘유사길(惟斯吉)’로 불리던 낯선 술의 등장
한국에 위스키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세기 후반 개항 이후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로 외국 무역이 활발해지며 서양 술이 조선에 유입됐고,
당시 관세 문서에는 ‘위스키’가 한자 음역인 ‘惟斯吉(유사길)’로 표기돼 있다.
이 시기 위스키는 외교관이나 상류층 일부가 접할 수 있는 희귀한 수입품이었다.
전통적으로 막걸리와 소주가 중심이던 조선의 술 문화 속에서 위스키는 낯선 존재였지만, 서구 문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전후의 양주 문화, 모조 위스키와의 혼재된 시기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미군 주둔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양주 문화가 확산됐다. 미군 보급품으로 들어온 스카치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가 외국 술의 대명사로 불렸고, 1960~70년대에는 위스키가 곧 ‘고급 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에는 알코올에 색소와 향을 섞은 모조 위스키가 성행했다. 당시의 ‘양주’라는 표현은 실제 위스키보다는 위스키 향이 나는 혼합주를 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위스키 문화의 기반을 흔들기도 했다.
수입 자유화와 스카치 블렌디드의 전성기
1990년대 초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위스키 시장이 열렸다. 발렌타인,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등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가 대중화되며 ‘양주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강남의 룸살롱과 고급 바에서 병 단위로 소비되던 이 시기 위스키는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 위스키 중심의 소비 구조 속에서 국내 제조 위스키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수입 원액을 병입하거나 블렌딩하는 방식으로 유통됐다.
2000년대 이후, ‘국산 위스키 브랜드’의 등장
2000년대 들어 국내 주류 기업들이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부산에서 시작된 골든블루다. 골든블루는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들여와 한국에서 블렌딩과 병입을 거친 ‘국산 위스키 브랜드’로, 부드러운 맛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후 윈저, 임페리얼 등과 함께 3대 위스키 브랜드로 불리며 한국 시장의 주류 문화를 이끌었다. 다만 이들은 모두 해외 원액을 사용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로, 엄밀히 말해 ‘국산 증류 위스키’로 보기는 어려웠다.
국산 싱글 몰트 시대의 개막, Ki One의 등장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에서도 곡물 증류부터 숙성,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하는 진정한 위스키가 등장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설립된 쓰리소사이어티스(Three Societies Distillery)는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기원(KI ONE)’을 내놓았다. 이름 그대로 ‘한국 위스키의 시작’을 의미하는 기원은 스코틀랜드식 전통 공법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기후와 재료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타이거 에디션, 유니콘 에디션, 이글 에디션 등 시리즈를 선보이며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주목받았고, 국제 주류 대회에서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김창수 위스키, 장인정신이 만든 두 번째 흐름
또 다른 국산 위스키 브랜드로는 김포에 위치한 김창수 위스키가 있다. 김창수 대표는 오랜 기간 전통 증류주를 연구하다가 한국 기후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증류소를 설립했다. 그의 위스키는 피트 향이 강한 스모키 스타일과 국내산 오크 숙성을 결합해 독특한 향과 맛을 선보였다. 생산량은 적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위스키 시장의 다양성을 넓혔다.
한국 위스키의 현재와 가능성
이제 한국 위스키는 ‘국산 싱글 몰트’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직 숙성 연수가 짧고 생산량이 제한적이지만, 국내 기후가 숙성을 빠르게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최근에는 와인 캐스크, 셰리 캐스크 등 다양한 숙성 시도를 통해 풍미를 확장하고 있으며, 편의점과 백화점에서도 국산 위스키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위스키가 외국 술이 아닌, 한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스키로 쓰는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위스키 역사는 길지 않지만, 변화의 속도는 놀랍다. 개항 이후 외래 술로 시작해 모조 위스키의 시대를 거쳐 수입 스카치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한국 땅에서 증류된 싱글 몰트가 세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Ki One과 김창수 위스키의 등장은 분명한 전환점이다. 언젠가 ‘한국 위스키’가 스코틀랜드, 일본 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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